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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민속학 속 판소리는 어떻게 소리가 되었는가 – 가창에서 창제까지
    한국민속학 2025. 4. 8. 10:39

    목차

    # 판소리의 가창방식

    # 판소리의 음악론

    # 판소리 유파와 창제의 다양성

    # 판소리 유파와 창제의 다양성 

    한국민속학
    한국민속학

     

     

     

     

    판소리의 가창방식 – 삼위일체로 완성되는 소리의 예술

     

     

    판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닌, 이야기와 음악, 연기를 결합한 종합예술이다. 그 가창방식은 ‘창(唱)’, ‘아니리’, ‘발림’이라는 세 요소로 구성되며, 이들은 판소리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형성한다. ‘창’은 선율이 있는 노래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중심축이며, ‘아니리’는 운율 없이 이야기하듯 상황을 설명하고 청중과 교감을 나누는 말로 구성된다. ‘발림’은 몸짓과 표정으로 감정을 시각화하여 극적 몰입을 더하는 동작 표현이다. 이처럼 판소리는 창자의 노래, 말, 몸짓이 어우러진 입체적인 연기로 이루어지며, 여기에 고수와 청중이 함께 어우러져 예술로 완성된다.

    창자는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한 손에는 부채를, 다른 손에는 손수건을 든 채 서서 소리를 한다. 고수는 마루에 앉아 북을 치며 추임새로 창자의 흐름을 돕고, 청중은 적극적인 반응과 함께 추임새를 넣으며 연행의 또 다른 주체가 된다. 이러한 삼위일체적 구조는 판소리를 공연 그 이상으로 만드는 핵심 요소다. 판소리는 본래 장터, 광장, 농어촌 마당 등에서 민중 속에서 자생한 예술이었다. 그러나 이후 양반가의 잔치, 관가의 대청, 귀족층의 오락 무대 등으로 무대를 옮기며 예술적 위상을 확립하게 되었다. 나아가 줄타기에서 부르던 승도창, 가야금이나 거문고 병창, 그리고 20세기 초에 등장한 창극 등은 모두 이러한 판소리의 구조를 계승한 유사한 형태의 전통 연희로 평가된다. 이처럼 판소리는 창자·고수·청중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독특한 가창방식과 더불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모해온 연행 구조를 통해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판소리의 음악론 – 이야기와 음악의 교직, 그리고 전통의 체계

     

     

    판소리는 이야기와 음악이 교직된 독특한 예술 형식으로, 그 음악적 구조는 깊이 있고 정교하다. 연행 방식은 선율이 있는 ‘창(唱)’, 산문적인 해설인 ‘아니리’, 그리고 그 중간 성격을 지닌 ‘도습’의 유기적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창’은 인물 간의 대화와 정서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며 극적 긴장감을 이끌고, ‘아니리’는 장면 설명을 통해 이야기의 맥락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창자의 목을 쉬게 하는 여유를 제공한다. ‘도습’은 운율 있는 말투로 장면 전환과 리듬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이 세 요소의 조화는 판소리만의 서사적 음악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구성 위에 연행 방식은 '완창'과 '부분창'으로 구분된다. 완창은 하나의 판소리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공연으로, 길게는 3~4시간 이상 걸리는 고난도의 연주다. 반면 ‘더늠’이라 불리는 부분창은 특정 대목만을 독립적으로 연행하는 형식으로, 명창의 음악성과 개성이 응축된 대표적인 소리다. 권삼득의 <제비가>, 염계달의 <토끼욕설>, 임방울의 <쑥대머리> 등은 더늠의 대표적인 예로, 후대에 계승되며 각 유파별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본 소리 앞에 부르는 ‘단가’는 창자가 목을 풀고 청중의 집중을 유도하기 위한 도입부로, <호남가>, <소상팔경>, <만고강산> 등 50여 종 이상이 전해지며 음악적으로도 독립된 가치를 지닌다.

    무엇보다 판소리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선 ‘득음(得音)’의 예술이다. 성음의 성취라 불리는 이 경지에 이르기 위해 창자는 수년 간 피나는 훈련, 즉 ‘독공(獨工)’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리는 점점 자연에 가까워지고, 풍부한 성량, 세련된 기교, 깊이 있는 음질이 완성된다. 이처럼 판소리는 창자의 음악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장르로, 독공을 통한 내면적 수련과 예술적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고도의 예술이다.

    판소리의 음악이론은 서양음악처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정립되진 않았지만, 오랜 전승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고유의 구조를 형성해왔다. 이 음악적 체계는 주로 장단, 악조, 창제라는 세 가지 요소로 설명된다. ‘장단’은 박자와 리듬의 구조를 나타내며, 각 장면의 정서에 따라 다양한 리듬 형태로 변형된다. ‘악조’는 조성이나 음계, 창법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음색과 감정의 깊이를 조절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마지막으로 ‘창제’는 법제·유파·바디 등으로 불리며, 한 대목의 짜임새와 음악적 특성을 갖춘 전승 단위를 의미한다. 창제는 각 명창의 창법과 전통이 축적된 계보적 음악 형태로, 판소리의 예술성을 집약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판소리의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요소에 대한 총체적 파악이 필수적이다.

     

     


     

    장단, 악조, 창제 – 판소리 음악의 구조를 이루는 세 기둥

     

     

    판소리의 음악적 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개념으로는 ‘장단’, ‘악조’, ‘창제’가 있다. 이들은 각각 리듬, 선율, 구성 방식에 해당하는 요소로, 판소리의 전반적인 음악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먼저 **장단(長短)**은 박자와 리듬의 틀로서, 판소리의 감정과 분위기를 조절하는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 판소리에서 사용되는 장단은 매우 다양하며, 대표적으로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등이 있다. 진양조는 느리고 장중한 느낌을 주며 서정적인 대목에, 자진모리나 휘모리는 빠르고 경쾌하여 익살스럽거나 극적인 장면에 주로 쓰인다. 이처럼 장단은 음악의 흐름을 이끄는 동시에 이야기의 정서적 깊이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치다.

    **악조(樂調)**는 판소리에서 사용되는 음계나 선법을 의미하며, 소리의 색채와 정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대표적인 악조로는 평조, 우조, 계면조가 있으며, 각각의 악조는 특정한 감정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우조는 밝고 씩씩한 분위기를, 계면조는 애잔하고 슬픈 정서를 전달하는 데 탁월하다. 또한 창자의 개성과 유파에 따라 한 악조 안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내며, 이러한 미묘한 선율 조절은 판소리 음악의 섬세함과 깊이를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창제(唱制)**는 판소리의 음악적 구성 방식 또는 전승 단위로, 흔히 '바디', '법제', '유파' 등으로도 불린다. 이는 명창들이 창작하거나 다듬은 특정 대목이 전승을 거치며 하나의 창법 또는 구성 양식으로 정립된 것으로, 단순히 멜로디나 가창법만이 아니라 대목의 전개 방식, 리듬 운용, 표현 기법 등이 포괄된다.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등의 지역적 유파 또한 이러한 창제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같은 이야기를 부르더라도 창제에 따라 분위기나 구성 방식이 확연히 달라진다. 따라서 창제는 판소리의 예술성과 다양성, 그리고 전승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판소리 유파와 창제의 다양성 – 소리의 길, 명창의 개성

     

     

    창제는 단순한 음악적 구성 방식을 넘어, 판소리의 전통을 전승하는 핵심 단위다. 그리고 이러한 창제는 지역과 명창의 개성에 따라 서로 다른 음악적 양식과 색채를 형성하며, 유파(流派)라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판소리의 대표적인 유파로는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가 있으며, 각 유파는 그 나름의 음색과 가창법, 표현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동편제는 전라도 동부 지역, 특히 남원과 구례를 중심으로 전해진 유파로, 발성이 명확하고 힘차며 직선적인 소리선이 특징이다. 선이 굵고 호방한 소리, 강한 리듬감과 명확한 억양으로 인해, 드라마틱한 장면이나 영웅적 성격의 대목에서 탁월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동편제 명창으로는 송흥록과 박초월 등이 있다.

    반면 서편제는 전라도 서부 지역, 특히 부안, 고창, 정읍 등지에서 형성되었으며, 소리가 부드럽고 섬세하며 곡선적인 음선이 특징이다. 슬픔과 애잔함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강점을 가지며, 감성적인 창법과 섬세한 장단 운용으로 청중의 정서를 깊이 파고든다. 정정렬과 이일주, 그리고 대중에게도 익숙한 임방울이 대표적인 서편제 계열 명창이다.

    중고제는 충청도와 경기도 지역에서 전해졌던 유파로, 동편제의 호방함과 서편제의 섬세함이 절충된 형태였다. 비교적 담백하면서도 절제된 표현이 특징이며, 전통적인 형식미를 중시하던 창법이다. 현재는 전승이 거의 끊겼지만, 기록과 음반 등을 통해 그 음악적 형식이 복원되고 있다.

    이처럼 유파에 따라 같은 이야기를 불러도 전혀 다른 정서와 음악적 색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는 하나의 고정된 예술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창제는 명창 한 사람의 철학과 감성, 시대의 요구와 지역적 정서가 오롯이 반영된 예술적 결정체이며, 이러한 창제들의 다양성은 오늘날까지도 판소리의 생명력을 지탱하는 밑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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