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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학에서 민속놀이와 함께 불린 노래, 유희 요의 모든 것한국민속학 2025. 4. 6. 20:37
목차
# 유희요의 개념과 기능
# 유희요의 분류와 유형
# 유희요에 담긴 내용과 표현
# 지역적 특성과 전승 설화를 지닌 유희요한국민속학 유희요 유희요의 개념과 기능
한국 민속학에서 민속 문학 속에서 민요의 유희요(遊戱謠)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희요의 개념과 기능은 말 그대로 놀이와 함께 부르는 노래로, 놀이의 진행을 돕거나 그에 흥을 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리는 민요이다. 이러한 유희요는 놀이의 전개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사람들 사이의 정서적 교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 요소로 기능해 왔다.
특히 놀이의 진행을 위한 유희요는 놀이의 흐름과 구조에 맞추어 전승되면서 고정된 노래들을 따르게 된다. 놀이에 맞는 사설과 음악이 정형화되어 일정한 형식으로 반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놀이에 흥을 더하기 위한 유희요는 보다 자유로운 양상을 띠며, 놀이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사설이 즉흥적으로 변주된다. 이처럼 고정성과 가변성이 공존하는 유희요는 민요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잘 보여준다.
유희요는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노동요, 의식 요와 더불어 '기능요(機能謠)'**고 분류된다. 기능요란 일정한 생활상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민요를 의미하며, 유희요는 놀이의 성립과 진행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지닌 노래고서 그 자리를 차지한다. 유희요는 단지 놀이의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의 긴장을 해소하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서 민중의 삶에 깊이 뿌리내려 왔다. 이처럼 즐거움과 함께 향유되는 유희요 속에는 당대 사람들의 삶의 감정과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유희요는 그 본래의 놀이적 기능을 점차 상실하면서, **비기능요(非機能謠)**로 변화하기 위해 시작했다. 예컨대 개화기 이후 등장한 전문 가객들에 의해 불렸던 **잡가(雜歌)**나 타령과 같은 장르는 유희요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놀이와의 직접적 관련성은 약화하였으며, 놀이를 위한 노래라는 본래의 기능은 희미해졌다.
놀이와 함께 전승되는 유희요는 노래와 놀이가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에 있다. 놀이의 방식에 따라 노래의 형식과 리듬이 결정되며, 이는 다시 놀이의 분위기와 흐름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유희요는 단지 노래만을 연구해서는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창자(唱者), 놀이 방식, 구연 상황, 향유층의 특성,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고려하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유희요는 단순한 오락의 도구가 아닌, 삶과 놀이가 맞닿은 지점에서 형성된 공동체의 문화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웃음과 흥, 즉흥성과 창조성, 그리고 시대와 함께 흐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유희요의 분류와 유형
유희요는 놀이의 방식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되며, 크게는 전래놀이에 수반되는 동요형 유희요, 성인 집단놀이에 부르는 참여형 유희요, 그리고 세시풍속이나 의례와 결합한 의식성 유희요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동요형 유희요는 주로 어린이들의 놀이 속에서 나타나는 유형으로, ‘꼬리따기’, ‘실뜨기’, ‘고무줄놀이’ 등과 같이 짧고 반복적인 사설이 특징이다. 이러한 노래는 놀이의 규칙을 전달하거나 리듬을 맞추는 데 활용되며, 아이들의 언어 놀이와 신체 활동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참여형 유희요는 ‘강강술래’, ‘줄다리기’, ‘기차놀이’처럼 다수의 구성원이 함께 어울리는 집단놀이에서 불리는 노래로, 공동의 움직임을 조율하거나 놀이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기능을 지닌다. 이 유형은 공동체 내부의 유대감과 일체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민속적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의식성 유희요는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 등 세시 의례나 마을제와 같은 전통 행사 속에서 불리는 노래로, 놀이와 의례가 결합한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이 노래들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적 기능까지 포함하며, 지역 문화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유희요는 **놀이의 대상(어린이/성인), 성격(일상/의례), 구조(개별/집단)**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며, 노래의 고정성 또는 즉흥성도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유희요는 민속놀이의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민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유희요에 담긴 내용과 표현
유희요는 단순히 놀이를 위한 배경 음악이 아니라, 놀이 속에서 민중의 감정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언어적 표현이다. 그 내용은 놀이의 성격, 참여자의 연령과 사회적 위치, 당대의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이 부르는 유희요는 ‘꼬리따기’, ‘실뜨기’, ‘고무줄놀이’와 같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사설, 의성어와 의태어, 재치 있는 말장난이 특징이다. 이러한 노래들은 놀이의 규칙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동시에, 아이들의 신체 활동과 언어 발달을 돕는 교육적 기능까지 수행한다.
반면 성인들이 부르는 유희요는 보다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정서가 담겨 있으며, ‘강강술래’, ‘도둑잡기’, ‘가마타기’와 같은 놀이에서는 풍년을 기원하거나 사회적 질서를 풍자하는 내용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 노래는 단순한 놀이의 수단을 넘어, 집단의 감정을 해소하고 공동체의 의식을 표현하는 통로로 기능하였다. 때로는 삶의 희로애락, 사랑과 이별, 가족과 마을의 일상적 정서까지 은유적으로 담기며, 유희 속에서도 삶의 진실을 노래한다.
결국 유희요는 즉흥성과 집단 창의성이 결합한 민속 예술로, 놀이라는 실천 속에서 감정과 메시지를 공유하고 표현하는 소통의 도구였다. 노래를 부르며 함께 움직이는 그 순간, 참여자들은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고, 일상의 현실을 유쾌하게 전환하며, **문화적 기억이 전승되는 살아 있는 장(場)**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역적 특성과 전승 설화를 지닌 유희요
유희요는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되지만, 지역에 따라 놀이 방식, 노래 사설, 전승 방식 등에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남해안 일대, 특히 전라남도 지역에서 전해지는 강강술래는 그 대표적인 예로, 달 밝은 밤 여인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며 부르는 노래와 놀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의 강강술래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마을 여성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체 안에서 감정을 나누는 중요한 의례적 기능까지 수행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유희요에 얽힌 설화적 배경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속이기 위해 군사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젊은 여성들에게 흰옷을 입히고 강강술래를 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일화는 단순한 민속놀이를 넘어 역사와 연결된 문화적 상징으로 유희요의 가치를 더욱 깊게 만든다. 이처럼 유희요는 놀이와 노래, 역사와 전통, 공동체의 기억이 복합적으로 엮인 민속문화의 총체로 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 유희요를 복원하거나 지역 축제 속에서 재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유희요는 단지 과거의 놀이가 아니라, 공동체 문화의 뿌리를 기억하고 현재에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실천의 장이다. 지역적 특징과 이야기, 놀이의 기억이 어우러진 유희요는 앞으로도 민속문화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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