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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학 의례 속 의식요의 세계 - 의식의 노래, 삶을 잇다한국민속학 2025. 4. 5. 23:30
목차
# 한국 민요 속 의식요의 개념
# 세시의례와 노래의 조화 – 세시의식요
# 죽음을 기리는 마지막 노래 – 장례의식요# 신과 인간을 잇는 제의의 음성 – 신앙성 의식요
한국 민요 속 의식요의 개념
한국 민속학에서 이야기하는 민속문화 속 의식을 수행 과정에서 가창 되는 민요를 일컬어 '의식요'라고 하며, 이는 비직업적인 일반 민중에 의해 한국 민속학으로서 의식을 행할 때 광범위하게 가창 되고 전승되는 비전문적인 구비 전승 물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의식의 진행에 필요한 노래라 하더라도 민속적 전승의 방식에 의해 가창 되지 않는 무가(巫歌)나 불가(佛歌) 등은 일반 민중이 부르는 의식용이라 할 수 없다. 다만,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부르고 전승하는 의식요 속에 무가나 불가가 수용되고 정착된 경우에는, 그것 또한 의식용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 조건을 충족하는 노래들 가운데, 의식 요의 하위 분류 체계로 들 수 있는 것은 장례의식요, 세시의식요, 신앙 성 의식요 등이 있다. 세시의식요란, 설날이나 정월대보름, 추석과 같은 세시 행사에서의 의례 진행 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민요를 말하며, 장례의식요는 장례 의식의 절차에서 불리는 민요로, 망자의 넋을 기리거나 이승에서의 정을 풀어주는 기능을 가진다. 한편 신앙 성 의식 요는 세시와 같은 주기적 의례와는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행하는 신앙적 행위와 관련하여 가창 되는 민요이다.
민요는 그것이 불리는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구호적 기능, 제의적 기능, 주기적 기능, 자위적 기능 등이 대표적이며, 그중에서도 의식 요는 '제의적 기능'의 수행이 가장 중요시된다. 이는 가창 환경이 ‘의식의 수행’이라는 필요조건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식 요의 노랫말은 귀신이나 혼령의 말, 또는 그들에게 바치는 노래, 축복과 축원의 언어, 의식의 절차나 주의 환기를 표현하는 내용 등, 의식의 목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표현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제 위와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세시의식요, 장례의식요, 신앙 성 의식요 등을 각각의 갈래별로 나누어, 그 가창 배경, 가창 방법, 내용적 특성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세시 의례와 노래의 조화 – 세시의식요
세시의식요는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 동지 등 특정한 절기마다 행해지는 세시풍속의 의례 과정에서 가창 되는 민요로서, 의식의 진행에 따른 제의적 기능과 유희적 성격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민속 노래다. 세시 의식 자체가 가정 중심의 개인의식과 마을 공동체 중심의 공동의식으로 나뉘는 것처럼, 세시의식요도 그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세시의식요는 여럿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식에서 주로 불리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 개인과 공동체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의적 목적을 바탕으로 전승되어 왔다.
가신신앙을 배경으로 한 개인 의례에서 부르는 노래들도 존재하지만, 이들 역시 공동의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성주풀이, 안 택시 노예래, 액풀이요, 고사 풀이요 등은 가정에서 신을 맞이하거나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불렀던 민요이지만, 많은 경우 지신밟기 노래, 걸고 노래, 고사만 노래(또는 고사덕담 노래) 등의 형태로 공동의식 속에 포함되어 불리기도 하며, 이에 따라 세시의식요로 분류된다. 이러한 노래는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제의적 맥락 속에서 의식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참여자 간 유대를 형성하는 민속문화의 핵심적 장치로 기능한다.
지역에 따라 세시의식요는 각기 다른 형태와 내용으로 전승되어 왔다. 전라남도 진도 지역의 '다시래기', 경상남도 통영의 '오광대놀이 후렴과', 제주도의 '굿 입창 노래', 경기도 양주의 '서낭당 지신밟기 노래', 강원도 삼척 지역의 '별신굿 고사 풀이요', 충청도의 ‘성주풀이’ 변형 노래 등은 각 지방의 문화와 신앙, 생활풍속이 반영된 대표적인 세시의식요로 손꼽힌다. 이처럼 지역의 특색이 강하게 반영된 세시의식요는 민속 의례의 다양성과 구비전승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세시의식요는 단지 노래라는 형식을 넘어, 의례와 놀이, 신앙과 공동체 문화가 어우러지는 민속적 표현의 정수이며, 오늘날에도 전통문화 축제나 재현행사 등을 통해 꾸준히 계승되고 있다. 그 속에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와 바람, 공동체의 기억이 담겨 있어, 민속문화 연구는 물론 지역문화 교육의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한국민속학 의식요
죽음을 기리는 마지막 노래 – 장례의식요장례의식요는 망자의 혼령을 위로하고, 유족의 슬픔을 달래며, 저승으로의 평안을 기원하는 장례 절차 속에서 가창 되는 의례적 민요이다. 장례 의식은 일반적으로 동관, 발인제, 운구, 누전에, 장지 도착, 하관, 성분의 절차로 이루어지며, 이 가운데 노래는 발인제 직후, 운구 중, 성분 과정에서만 불린다. 이에 따라 장례의식요는 상여를 운구하며 부르는 ‘상엿소리’와, 매장 과정에서 부르는 ‘성분 소리’로크에 나뉜다. 상엿소리는 다시 출발 전 부르는 하직 소리(출상 소리)와 운구 중 가창하는 운 상소리(행상소리)로 구분되며, 하직 소리는 망자가 유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의식 유적 성격이 강하다. 성분 소리는 흙을 퍼 올리며 부르는 가래소리와 봉분을 다지는 달구소리(회다지소리)로 나뉘며, 단순한 노동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노랫말에는 망자의 명복과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 의식 요로 분류된다. 장례의식요는 대부분 ‘메기고 받는’ 선후 창 형식으로 부르며, 후렴 삽입 방식에 따라 분은 보식, 분향 식, 분력 식으로 나뉜다. 분은 보식은 1음도 앞소리와 후렴이 번갈아 나오는 형식으로, 운 상소리나 가래소리에서 주로 쓰이며 노동요 적 성격이 강하다. 문행식은 행과 행 사이에 후렴을 넣는 형식으로 대부분의 장례의식요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분력 식은 연과 연 사이에 후렴을 넣는 방식으로, 하직 소리 등에서 간혹 나타나며 의식 유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울릉군의 상엿소리 “서른석이 상여구나 발음 맞춰 소리하소 / 좁은 길도 널리 잡아 질도 없애라 넘어간다”는 혼령과 유족 간의 정서를 노래한 전형적인 의식 요로, 장례의 정서와 민중의 감성이 결합한 대표 사례이다. 지역별로는 전북 임실의 회다지소리, 경기 파주의 구슬 장례 상엿소리, 강원 횡성의 달구소리, 충남의 넋풀이요 등 각지에서 전승되어 온 장례 의식 요들이 존재하며, 이는 죽음과 이별에 대한 공동체의 전통적 대응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민속자료로 평가된다. 오늘날에는 장례 문화의 변화로 실연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전통문화 보존과 교육을 위한 재현 활동을 통해 장례의식요는 여전히 민속문화의 깊은 정서를 간직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신과 인간을 잇는 제의의 음성 – 신앙성 의식요
신앙 성 의식 요는 연중 특정한 절기나 세시와는 무관하게, 개인 또는 공동체가 신앙적 필요에 따라 수시로 행하는 의례 과정에서 가창 되는 민요를 말한다. 이는 주로 민속신앙, 무속, 가신신앙, 주술적 행위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그 기능과 목적에 따라 재앙을 막고 복을 기원하며, 신과의 교감을 통해 안녕을 비는 제의적 소통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세시의식요나 장례의식요가 정해진 시기나 절차 속에서 불리는 것과 달리, 신앙 성 의식 요는 행위의 필요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발생하는 의식화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신앙 성 의식 요는 특정 신에게 바치는 노래이자, 신령과 인간을 이어주는 의례적 언어로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성주풀이, 고사 풀이요, 은택 소리, 액풀이요 등은 집안의 안녕과 가족의 복을 비는 가정 중심의 의식용이며,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굿 입창 노래는 무속 의례에서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제의적 가창 물이다. 이들 노래는 내용상으로는 신령에 대한 청원과 기도, 제물의 의미, 인간의 소망과 경계의 표현이 주를 이루며, 형식적으로는 일정한 반복 구조와 후렴을 통해 의례의 긴장감과 신성성을 고조시킨다.
특히 신앙 성 의식 요는 주술적 기능과 예술적 표현, 공동체의 신앙 행위가 결합한 복합적 전승 물로서, 단순한 노동요나 흥겨운 민요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노랫말에는 신령을 향한 경외심과 간청, 또는 의식 공간에서의 주의 환기, 정결한 분위기 조성이 포함되며, 이는 단순한 가창을 넘어 의례의 일환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지역과 집단에 따라 가창 방식, 악기 사용, 동작의 유무 등이 달라져, 전통 신앙문화의 다양성과 지역성을 보여주는 자료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신앙 성 의식 요는 일상적 신앙 관행의 쇠퇴와 함께 점차 실연 기회가 줄어들고 있지만, 무속문화 보존 활동, 민속축제, 전통 예능 복원 사업 등을 통해 그 가치는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노래의 전승을 넘어서, 민중 신앙과 구비 문화가 융합된 민속예술의 정수이자, 삶의 불안과 염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한국 민속 의례 문화의 상징적 유산이라 할 수 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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