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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로 읽는 한국 민속학의 심층 구조-신화, 전설, 민담의 상징과 의미한국민속학 2025. 4. 15. 23:55
목차
# 설화란 무엇인가 – 민중의 입에서 태어난 이야기의 구조
# 설화의 주요 특징 – 구전성과 개방성 속에서 살아 있는 문학
# 설화의 문화적 의미 – 전통을 이해하는 민속학적 열쇠
# 설화의 유형과 그 속에 담긴 민속적 상징과 기능
설화란 무엇인가 – 민중의 입에서 태어난 이야기의 구조
설화(屑話)는 글자 그대로 '이야기'를 의미하지만, 일상적인 수다나 단순한 사실 전달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설화로 읽는 한국 민속학의 일정한 서사 구조를 갖춘 꾸며낸 이야기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서사적 창작물이다. 문자가 사용되기 이전부터 인간은 말과 이야기로 삶을 공유해왔으며, 설화는 이러한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이야기를 꾸며내는 행위는 단지 상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청자와 화자 모두가 현실을 재인식하게 만드는 정신적 참여이기도 하다. 설화 속 허구의 사건은 현실을 벗어난 흥미를 제공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상징적 의미는 다시 청자에게 일상의 성찰을 요구한다. 이처럼 설화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문화적, 철학적 깊이를 한국 민속학 담은 이야기 양식이다.
한국민속학 설화
설화의 주요 특징 – 구전성과 개방성 속에서 살아 있는 문학설화는 무엇보다 구전 성을 바탕으로 전승된다는 점에서 다른 문학 장르와 구별된다. 특정한 운율이나 형식 없이 보통의 말로 구연이 되며, 화자는 이야기의 핵심 구조를 기억한 뒤 자신만의 표현을 덧붙인다. 이러한 전승 방식은 이야기의 유연성을 높이고, 전승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지게 한다. 설화는 또한 산문 형식으로 구성되며, 간혹 노래나 운문이 삽입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정형적인 운율 없이 전개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구연의 개방성이다. 설화는 신화처럼 특정 의례나 제한된 시간·장소에 한정되지 않으며, 이야기할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누구나 화자가 될 수 있다. 특별한 수련 없이도 전달이 가능하며, 이는 설화가 계층과 세대를 넘어 가장 널리 향유된 구비문학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다. 또한 설화는 한국 민속학 속 청자와 화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실시간으로 구성이 변형되며, 청자의 반응은 이야기의 흐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설화의 문화적 의미 – 전통을 이해하는 민속학적 열쇠설화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를 넘어 민중의 집단기억과 공동체 정신이 녹아 있는 문화적 유산이다. 특히 구비문학 중에서도 설화는 문헌과의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장르로, 양반이나 지식인 계층까지 향유하며 한문이나 국문으로 기록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물론 문자로 기록된 설화는 고정된 형태로 남게 되면서 전승의 유연성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구비로 전승되던 시기의 원형이 어느 정도 보존되어 있다면 문헌 설화 역시 한국 민속학적 가치를 지닌 자료로 간주한다. 이러한 문헌설화는 당시의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서사의 변모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오늘날 설화는 문학·민속학·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인간 정신의 깊은 층위와 사회의 구조를 탐색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된다. 무엇보다 설화는 과거의 유산이면서도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생생한 이야기의 원형으로,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설화의 유형과 그 속에 담긴 민속적 상징과 기능설화는 내용과 기능, 전승 방식에 따라 일반적으로 **신화(神話), 전설(傳說), 민담(民譚)**의 세 갈래로 분류된다. 이들 각각은 설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구조와 문화적 역할에 따라 구분되며, 민속학 연구에서 설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신화는 우주의 기원, 신의 탄생, 문명의 시작 등 초월적인 세계관을 설명하는 서사로서 종교적·제의적 성격이 강하다. 한국의 단군신화처럼 민족의 기원을 담은 이야기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집단의 신념 체계를 제도화하는 데 기여한다. 전설은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 지명에 대한 기억을 기반으로 하되 일정 부분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로,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집단의 역사적 자부심이나 윤리적 기준을 강화한다. 특정 장소나 인물에 얽힌 전설은 공동체가 자신들의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지를 반영한다. 반면 민담은 허구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며, 인간의 희로애락을 중심으로 구성된 오락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다. 기지와 지혜, 권선징악, 풍자와 해학이 주된 내용이며, 광범위한 계층과 연령층에서 구연이 되어 왔다.
이러한 설화 유형들은 단순히 이야기의 형식적 차이를 넘어서, 각각 고유한 민속적 상징과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설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호랑이, 구렁이, 나무, 하늘, 물과 같은 상징적 요소들은 인간이 자연과 신화적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의 체계를 구성한다. 호랑이는 공포와 권위의 이중 상징이며, 구렁이는 생명과 죽음을 넘나드는 경제적 존재로, 나무는 생명의 축이며 세계의 중심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은 단순한 배경 설정을 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성한 존재 사이의 관계를 시각화하는 중요한 민속적 장치다.
설화는 또한 공동체의 핵심 가치와 사회 질서를 은유적 방식으로 전승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민담에서는 지혜로운 주인공이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 승리하거나, 착한 이가 복을 받고 악한 이가 벌을 받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 구성원에게 도덕적 규범과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전달한다. 동시에 설화는 정서적 해소와 현실에 대한 위안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소망이나 억압된 감정은 설화 속 상상적 공간을 통해 표현되고 해소되며, 이를 통해 청자들은 감정적으로 안정되고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조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설화는 특정 집단의 기억과 전통을 계승하는 문화적 매개체로 작용한다. 마을마다 내려오는 전설, 가족이나 가문에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해당 공동체의 역사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구성원 간의 유대를 강화한다.
결국 설화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동체가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해석하며, 후손에게 그 정신을 물려주는 구술문화의 집약체다. 설화를 통해 우리는 한 사회가 중요하게 여긴 가치, 두려워했던 존재, 바랐던 이상을 엿볼 수 있으며, 그것은 곧 그 사회의 민속적 상상력과 현실 대응 방식을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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