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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학 속 사실과 상상의 경계-"전설이란 무엇인가"한국민속학 2025. 4. 17. 21:49
목차
# 한국민속학의 전설의 구조적 특징
#전설의 갈래 개념과 증거물의 기능
#전설의 초월적 경이와 증거물의 상호작용
#전설의 역사적 성격과 한국민속학적 의미
한국민속학 전설 한국 민속학 전설의 구조적 특징
전설의 독자성은 세계관적 특성과 문화적 형상성의 미묘한 구조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 민속학에서 전설의 구조적 특징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이야기꾼의 '의식'과 '표현'에 관한 구조적 관계이다. 이야기꾼은 전설을 사실로 인식하며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표현되는 줄거리는 사실로 믿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전설 속에는 초월적 경이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민속학에서 이야기꾼은 전설 속에 담긴 초월적 경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전달하고자 하며, 이에 따라 전설은 '의식과 표현의 대립적 구조'를 기반으로 생산되고 전승된다. 만약 이야기꾼이 그것을 사실로 의식하지 않는다면, 굳이 증거물을 제시하거나 전설과 같은 형식을 만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민담이나 신화와 같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전설은 사실처럼 믿고 이야기하는 ‘의식’과,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표현’ 사이의 긴장을 통해 전승역을 확보하게 된다.
사실로 인식하며 이야기할 경우, 그 내용은 오히려 사실과 거리가 먼 초월적 경이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오히려 더 강한 흥미와 이야기의 가치를 얻는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사실처럼 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설화라는 구비전승의 문학세계에서는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는 전승되기 어렵다. 설화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구조가 필요한데, 전설은 그 점에서 사실처럼 여겨지는 ‘의식’과 사실답지 않은 ‘표현’ 사이의 긴장 고조를 통해 전승역을 담보 받는 것이다.
두 번째 구조적 특징은 초월적 경이와 관련된 구조이다. 전설은 한결같이 초월적 경이를 통해 비합리적인 기대를 추구하다가 결국 합리적 현실에 부딪쳐 좌절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어 전설에서는, 어느 암자 바위 구멍에서 스님들의 끼니만큼의 쌀이 정해진 시간에 나오는 초월적 현상이 전개된다. 그러나 한 스님이 욕심을 부려 바위 구멍을 넓히자, 이후로는 쌀 대신 물만 나오게 되었다. 이처럼 초월적인 현상은 사람들의 기대를 대변하지만,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전설은 항상 증거물이라는 현실성을 기반으로 구성되며, 이 증거물의 존재가 이야기의 초월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담보한다. 전설은 자유로운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실재하는 사물이나 장소라는 물리적 증거물을 중심으로 형성되기에, 초월성과 현실, 비합리성과 합리성의 긴장 관계 속에서만 성립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지닌다.
구조는 전설 속 등장인물의 성격과 결말의 반전 구조다. 민담에서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반면, 전설에서는 비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전설을 흔히 ‘인물 전설’이라 하며, 장군이나 고승, 명신, 선비, 왕과 같은 탁월한 인물들이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인물 전설은 탁월함과는 대조적으로 결말에서는 좌절이나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에서는 갓난아기 시절부터 비범한 능력을 지닌 아기 장수가 부모나 관군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고, 에서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자결하는 결말로 이어진다. 에서도 시아버지의 금기를 어긴 착한 며느리가 돌미륵이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결말을 맞는다. 이처럼 전설의 서사 구조는 뛰어난 인물이더라도 자만하거나 실수를 범하면 결국 인간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설은 이를 통해 인간의 교만함에 대한 경계와,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상기시키며 공동체 내에서 중요한 도덕적 가치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전설의 갈래 개념과 증거물의 기능
전설은 한국 민속학에서 신화와 민담과 함께 설화의 한 갈래로 분류되며, 그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하게 인식되는 설화 유형이다. 설화의 전승 주체인 민중은 일상적으로 ‘설화’라는 용어보다는 단순히 ‘옛날이야기’라 부르며, 신화나 민담이라는 학문적 개념 역시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설’이라는 용어는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며, 마을 내력이나 지명의 유래를 말할 때 “전설에 의하면”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인식은 오랜 시간 방영된 방송 프로그램이나 와 같은 대중 매체의 영향이 크며, 이에 따라 민담에 가까운 이야기조차 전설이라 부르는 사례도 흔하다. 이처럼 전설은 학술적 개념이 민중의 삶 속에 실질적으로 녹아든 드문 서사 갈래라 할 수 있다.
‘전설’이라는 용어는 ‘전하지는 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단순한 허구가 아닌 일정한 사실을 해명하고자 하는 설득력을 갖춘 이야기이다. 신화가 신에 대한 이야기, 민담이 민중 간의 흥미 중심의 이야기라면, 전설은 객관적 근거나 증거를 기반으로 어떤 사실을 해명하고자 하는 이야기로서, 줄거리 전개만 아니라 사실 여부를 뒷받침할 만한 실재하는 증거물의 존재가 핵심적이다. 전설의 구연 방식은 “임진왜란 때 이여송이 말을 타고 제비원 앞길을 지나가다가 미륵불의 목을 벴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시기, 장소, 인물, 그리고 실존하는 물리적 흔적까지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이야기의 신빙성을 확보하고, 전승역을 높이기 위한 전설만의 특징적인 구성 방식이다.
전설에서 중요한 요소인 ‘증거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장치이다. 증거물은 이야기꾼이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제시하거나 언급하는 구체적 실체로, 바위, 나무, 무덤, 유물, 사찰, 지형지물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처럼 전설은 상상력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실재하는 증거물을 중심으로 문화적 의미를 구성해 나간다. 증거물의 존재 여부에 따라 전설은 인물 전설, 자연물 전설, 지명 전설, 장수 전설, 고승 전설, 풍수 전설, 사찰 전설 등으로 세분된다.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전설은 그 인물의 행적과 흔적을, 자연물 전설은 특정 지형이나 바위에 얽힌 내력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며, 지명 전설은 마을 이름이나 지형 유래를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특히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광포 전설로, 특정 지역을 넘어 보편적 전승 양상을 띠는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전설은 이야기의 줄거리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증거와 구체적 시공간의 맥락을 통해 민속적 신뢰성과 설득력을 확보하며 전승된다. 이는 전설이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을 보존하고 재구성하는 문화적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설의 초월적 경이와 증거물의 상호작용
전설은 이야기 속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구체적인 증거물을 동반하는 특징을 지닌다. 한국 민속학 신화나 민담이 상징성 또는 오락성에 중점을 둔 이야기라면, 전설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이야기꾼의 ‘의식’이 강하게 개입된 서사로,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들려는 설득의 서사 구조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전설에서는 초월적인 사건이나 비현실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데, 그것이 실제로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물리적 대상, 즉 증거물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처럼 증거물을 통해 사실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전설이 종종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초월적 경이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야기의 핵심 내용을 뒷받침하고, 상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전승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전설에서 한국 민속학에서 말하는 초월적 경이란, 일반적인 이성과 현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이나 힘을 의미하며, 그것은 종종 사람들의 기대나 신앙, 도덕적 질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바위틈에서 쌀이 흘러나오는 이야기처럼,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전개되지만, 이를 욕심이나 교만으로 인해 상실하게 된다는 결말은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며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이처럼 사실처럼 인식되는 이야기의 표현이 사실 같지 않을 때, 그 표현을 정당화하고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증거물이 동원된다. 이야기꾼은 증거물을 가리키며 “지금도 저 바위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라거나 “이 절의 입구에 아직도 자국이 남아 있을
전설의 역사적 성격과 한국 민속학적 의미
전설은 본질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해명하려는 서사라는 점에서 강한 현실 지향성을 지닌다. 이야기꾼은 전설의 내용을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성’**을 강조하며,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물과 구체적 시공간의 제시를 통해 설득력을 강화한다. 이처럼 전설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민중의 기억 속에 새기고자 하는 집단적 서사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역사성은 문헌적 기록이나 연대기적 체계와는 구별되며, **민중의 경험과 해석을 중심으로 구성된 ‘생활 속의 역사’**라는 점에서 고유한 가치를 갖는다.
반면, 한국 민속학적 관점에서 전설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기능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의 가치관, 도덕적 질서, 자연 인식, 종교관, 금기와 규범 등을 상징적으로 전승하는 문화 코드로 작용한다. 전설은 때로 현실을 초월한 존재나 사건을 통해 금기의 위반과 교훈, 인간의 한계와 신의 섭리, 집단의 믿음과 사회적 규율을 은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민속 공동체의 정신세계를 반영한다. 이처럼 전설은 역사성과 민속 성이 중첩된 복합적인 서사 형식으로, 한편으로는 민중이 구성한 대안적 역사,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 무의식과 신념을 담은 상징적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설은 과거의 사실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넘어 재해석되고 재생산되며 현재와 미래의 문화로 이어지는 살아 있는 서사 구조이다. 오늘날의 전설은 문헌이 놓친 틈새의 역사이자, 공동체가 품은 상상의 힘이며, 문화콘텐츠와 관광자원, 교육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는 풍부한 인문학적 자산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설은 한국 민속학이 탐구하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자, 시대를 넘어 살아 숨 쉬는 문화적 생명체로 평가받는다. 전설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 기억과 상상, 역사와 민속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고 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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