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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학과 설화 속의 신비한 요괴 이야기한국민속학 2025. 4. 19. 18:20
목차
# 청년의 정기를 빼앗는 천 년 묵은 여우, 마구
# 솜털 같은 버들강아지 벌레
# 고목에 깃든 불 밝히는 요괴
#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불가사리# 금빛 샘물과 신비로운 전설, 금정산 범어사
# 요괴 설화를 통해 바라본 우리 민족의 상상력
청년의 정기를 빼앗는 천 년 묵은 여우, 마구
매구는 한국 민속학에서 천 년을 산 여우가 변신했다고 전해지는 전설 속의 요괴이다. 주로 소복을 입은 처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길을 잃은 청년들을 유혹하여 그들의 정기를 빼앗는다고 한다. 매구에게 정기를 빼앗긴 청년은 점점 쇠약해지며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된다. 그러나 많은 이야기에서는 피해자가 죽기 전에 부모나 스승이 미리 매구의 존재를 알아채고 퇴치하여 위기를 벗어나게 한다고 전해진다. 특히 매구는 한밤중에 몰래 나와 가축의 간을 빼먹거나 무덤에 드나드는 등 기이한 행동을 반복하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매구의 존재를 눈치채게 된다.
솜털 같은 버들강아지 벌레버들강아지 같은 벌레에 관한 이야기는 유몽인의 『어우야담』과 『한국 문헌 설화 전집』에 기록되어 있다. 이 벌레는 마치 작은 버들강아지처럼 솜털로 뒤덮인 외형을 가지고 있으며, 매우 많은 숫자가 떼를 지어 날아다닌다고 한다. 때때로 이 벌레들이 사람 사는 곳을 습격하여 방 안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만약 이 벌레가 사람 몸속에 침투하면 심한 피부병을 일으켜 고통을 준다고 한다. 조선 시대의 의사 양예수는 실제로 이 벌레에 피해를 본 사람을 진찰한 기록이 전해진다.
고목에 깃든 불 밝히는 요괴불 밝히고 시끄럽게 나타나는 요괴에 대한 이야기는 성현의 『용재총화』에 기록되어 있다. 이 요괴는 사원 부근에 있는 거대한 고목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성현의 장인인 안공이 늘 서원의 별장에서 지냈는데, 그 근처의 길가에 두 아름이나 되는 거대한 고목이 서 있었고 높이는 마치 하늘에 닿을 것 같았다. 날씨가 흐린 날이면 이 나무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렸고, 밤에는 불을 밝히고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어느 날 마을의 한 소년이 객기를 부려 이 나무를 베려다 귀신에게 홀리고 말았다. 소년은 밤낮없이 미쳐 날뛰었으나, 안공의 이름만 들으면 즉시 숨을 곳을 찾아 피하곤 했다. 결국 안공이 직접 나서 소년을 잡아내자 얼굴이 검게 변하며 애걸하였다. 안공이 복숭아 가지로 만든 칼로 소년의 몸을 베는 시늉을 하자, 소년은 즉시 땅에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사흘 후 정신을 차렸을 때 비로소 귀신의 기운이 사라졌다고 한다.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불가사리
불가사리는 최인학과 임용희의 『옛날이야기 꾸러미』에서 언급된 요괴이다. 이 요괴는 이름 그대로 불에 죽을 수 있다는 뜻을 지녔으나, 후대에 와서는 오히려 물의 기운도 지닌 것으로 생각되어 목조 건물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상징으로도 쓰였다. 실제로 경복궁 아미산 굴뚝 아랫부분에 불가사리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악한 기운을 정화하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해진다. 고려 말기에는 불가사리라는 이름의 괴물이 있었는데, 그 형태는 고양이를 닮았으며 쇠붙이를 비롯해 대포나 괭이 등 무엇이든 먹어 치웠다고 한다. 또한 고려 말의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어느 미망인이 바느질하고 있는데 작은 벌레가 나타나 바늘 끝을 먹기 위해 시작했고, 미망인이 흥미를 느껴 매일 바늘을 먹이자 점차 커져 결국 큰 쇳덩이까지 먹게 되었다고 전한다. 이 불가사리로 인해 결국 송도가 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금빛 샘물과 신비로운 전설, 금정산 범어사금정산 범어사(梵魚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로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찰이다.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따르면 범어사가 자리 잡은 금정산 정상에는 높이가 50여 척이나 되는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으며, 이 바위의 중앙에는 신비로운 샘물이 존재한다고 한다. 특히 이 샘물은 금빛으로 빛나며 항상 마르지 않아, 절의 이름을 '범어사'라 붙이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범어사의 창건과 관련된 역사는 1700년(조선 숙종 26년)에 승려 동계가 편찬한 목판본 『범어사 창건 사적』에 자세히 기록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범어사는 신라 흥덕왕 시대인 당나라 문종 태화(太和) 19년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당시 신라는 일본의 침략 위협을 받아 크게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흥덕왕의 꿈에 신인이 나타나 의상대사를 모시고 화엄 신중기도를 올릴 것을 권유하였다고 한다. 꿈속에서 신인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고 전해진다. "태백산 깊은 곳에서 의상대사가 3,000명의 대중과 함께 화엄 법문을 설하고 있으며, 화엄 신중들이 항상 그의 곁을 지켜 수행을 돕고 있다. 또한 동해안의 금정산 정상에는 높이가 50여 척에 이르는 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그 바위 위에는 언제나 금빛으로 빛나는 샘물이 가득 차 있다. 이 샘물은 사계절 내내 마르지 않으며, 범천에서 내려온 오색구름을 타고 금빛 물고기들이 그 샘물 속에서 헤엄치며 논다." 이러한 꿈속의 계시를 받은 흥덕왕은 즉시 의상대사를 초청하여 나라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는 화엄 신중기도를 봉행하게 되었으며, 이 일을 계기로 범어사를 창건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범어사는 이처럼 신비로운 설화와 깊은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불교 문화유산으로서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불자와 관광객들이 범어사를 방문하며, 이곳은 한국의 대표적인 불교 성지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요괴 설화를 통해 바라본 우리 민족의 상상력이처럼 다양한 요괴 이야기는 한국인의 삶과 자연,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을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고자 했다. 요괴 설화는 오늘날에도 우리의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전통문화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전히 빛나고 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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