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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민속학 속 민속신앙의 ‘강(講)’과 ‘강신(降神)’ 의례-하늘에서 신이 내려 오는 순간
    한국민속학 2025. 4. 14. 10:10

    목차

    # 강(講)이란 무엇인가?

    # 강신(降神)이란 무엇인가?

    # 지역의 사례

    # 강신의 상징성과 민속적 의미

     

     

    한국민속학
    한국민속학 강신

     

    강(講)이란 무엇인가?

     


    제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관들이 제의의 진행을 미리 연습하는 절차를 '강(講)'이라 한다. 제의에 앞서 마을 회의를 통해 제관과 집사를 선정하는데, 이들은 당해 연도의 생기를 고려하여 선발되며, 그중에는 처음 제관 또는 집사로 지명되는 사람도 있다. 처음 참여하는 이들은 제의 중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사전에 연습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때 제관과 집사의 역할을 세분화하여 정리한 것을, 동해시 옛 북평읍 지역에서는 ‘마련 방’이라고 부른다. 제관 등은 마련 방에 제시된 역할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이를 '마련 방 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동해시 관련 문헌에서는 이를 오해하여 '마름 방관'이라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명칭이다.
    강이라는 용어는 강원도 동해시 옛 북평읍 일원에서 주로 사용되며, 오늘날 유지하는 마을은 많지 않다. 인구 감소로 인해 제관의 수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점도 주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여전히 강을 시행하고 있는 동해시 송정동, 봉정동, 신흥동 등의 지역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신흥동에서는 강을 할 때 벌금을 부과하기도 하는데, 이는 서낭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식으로, 주민들은 기꺼이 벌금을 납부한다. 사실 제관으로 선정된 이들은 이를 영광으로 여기며, 실수하지 않았더라도 때때로 자발적으로 벌금을 내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이는 실질적으로는 벌금이 아니라 찬조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강신(降神)이란 무엇인가?

     


    강신(降神)은 마을 신앙에서 신령을 여러 장수로 불러드리는 첫 번째 절차이다. 음력 정월이나 시월에 마을을 수호하는 신령을 초대하여 제사를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강신 의례를 통해 신령을 모셔야 한다. '강신'이라는 용어는 본래 신령이 하늘 또는 높은 곳에서 인간의 세계로 '하강'하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이 절차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분향(焚香)이다. 향을 피우면 그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데, 이 향냄새를 신령이 맡고 마을 제당으로 내려온다고 믿는다. 경우에 따라 마을의 신령을 구체적으로 소리 내어 부르기도 하며, 통돼지나 통로를 제물로 사용할 때는 멱 따는 소리가 멀리 퍼져 신령에게 전달되도록 하거나, 제물 일부를 불에 구워 그 냄새로 신령의 하강을 유도하기도 한다.
    신령은 정갈한 곳에만 임재하기 때문에, 여러 장수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하며, 제물도 신령이 강신하기 부적절한 것은 배제한다. 참깨나 참기름 정도를 제외하고는 기름진 재료를 피하고, 붉은색은 잡귀를 막는 데는 유효하지만 강신을 방해할 수 있어 배제된다. 제물을 진설하기 전에는 반드시 여러 장수의 부정을 제거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제관 일행은 제사 며칠 전부터 근신하며 금기를 지키고, 신령에게 정성을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지역의 사례

     


    민간신앙에서 신령을 여러 장수로 초대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마을 제의에서는 ‘강신’이라 표현하며, 무속 굿에서는 ‘천배’라고 한다. 신령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신령이 임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는 제당 또는 굿청이 된다. 깨끗한 사람이 정결한 공간에서 신령을 맞이해야 하므로, 제관은 부정을 피하고 근신함으로써 강신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다.
    제사를 앞두고 제당 주변을 청소하고 부정풀이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동해안 지역에서는 제관이 물바가지를 들고 서낭당을 돌며 “천하의 흐린 부정, 지상의 흐린 부정 서장님이 데려가 속고 천리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한다. 진설이 끝난 뒤에는 숯을 냉수에 넣어 부정을 정화하고, 정화수로 맑은 부정을 정화한다.
    당굿이 포함된 지역에서는 무당이 참여하여 더욱 복잡한 부정풀이를 거친다. 신령이 있는 산으로 오르기 전, 당집에 들어가기 전, 제물을 진설한 후 등 여러 단계에서 부정풀이가 이루어지며, 이때까지는 제물을 덮은 뚜껑을 열지 않는다. 신령이 하강한 뒤에야 제물을 열어 흠향할 수 있도록 한다. 촛불과 향, 소리, 냄새는 신령에게 인간의 정성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에서는 제관이 신령을 향해 "해동 조선국 전라남도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 대덕산 신령 청라요"라고 외치며 신령을 부른다. 전남 신안군 안좌면 방 원리에서는 자문자답 형식으로 신령을 맞이하며, 대전 덕진구 장동 산디마을에서는 돼지를 잡는 소리로 신령을 초대한다. 충남 서천군 서구 마량리에서는 바다 신령을 부르기 위해 선창제(船艙祭)를 따로 진행하며, 이는 바닷물이 빠진 시점을 택해 바다로 가장 멀리 나가 신령을 맞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당굿이 포함된 마을에서는 ‘당맞이굿’, ‘유가’, ‘꽃받침’ 등의 절차를 통해 여러 신령을 굿당으로 모신다. 파주시 문산읍 하동마을에서는 도당굿 첫날 신령을 모셔 오는 당맞이굿을 진행하며, 마을을 돌며 풍물을 치며 신령을 맞이한다. 서울 마포구 남이장군 당, 충남 부여 은산리 별 신당 등에서는 신령을 상징하는 꽃을 유적지에 두고 가져오는 ‘꽃받침’ 절차를 통해 신령을 모셔 오기도 한다.

     

     



    강신의 상징성과 민속적 의미

     


    강신은 단순한 신접 의례가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의 첫 만남이며, 공동체가 정성을 다해 신령을 모시는 의식이다. 신령이라 하더라도 초청받지 않으면 마을에 임재할 수 없으며, 따라서 강신 절차는 매우 엄격하다.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의 도당굿에서는 도당 막 앞에서 당 막 안의 도가와 밖의 제주가 신령의 내력을 주고받는 절차를 거친 후, 신령이 탄 시대를 굿 마당에 안치한다. 이는 신령의 ‘입장 허가’ 절차로 해석될 수 있다.

    초대받은 신령은 손님과 같은 존재이므로, 그에 걸맞은 예를 갖추어 정성을 다해야 한다. 향을 피우고, 제물을 굽고, 소리를 내는 행위는 모두 신령에게 인간의 존재와 정성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강신은 바로 그 정성과 신뢰 위에 세워진 의례로, 마을 공동체가 신과 교류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신령은 이러한 정성을 보고 마을에 복을 내리고, 화를 막아주는 존재가 되며, 이는 곧 마을 신앙의 핵심이 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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