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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학으로 본 삼국시대 주생활: 고구려·백제·신라의 집은 무엇이 달랐을까?한국민속학 2025. 4. 3. 10:37
목차
# 주생활의 개념과 민속학적 접근
# 선사시대 주생활: 움집에서 생활양식이 자라나다
# 삼국시대 주생활: 자연과 종교가 만든 고대의 집
# 고려와 조선의 주생활: 사상과 질서가 반영된 공간문화
한국 민속학으로 본 삼국시대 주생활: 고구려·백제·신라의 집은 무엇이 달랐을까? 주생활의 개념과 민속학적 접근
한국 민속학에서 ‘주생활(住生活)’이란 단순히 집에서 거주하는 행위를 넘어서, 집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 생활양식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는 물리적인 건축물로서의 집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삶의 방식, 사회 질서, 신앙, 사상을 반영하는 복합적 문화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주생활의 물질적 측면은 집을 짓는 기술과 재료, 도구, 설계 방식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인간적 측면에서는 음양오행, 풍수지리, 도참사상에 따른 집터 선택, 사회 제도와 경제 구조, 초월적 신앙에 기반한 공간의 이용 방식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특히 한국 전통 가옥은 지역별 자연환경과 생활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달해왔고, 건축 구조와 공간 배치에는 유교적 가치관, 성별·연령·계층에 따른 구분이 스며 있다. 주생활은 오랜 역사 속에서 진화하며 전승되어 왔고, 건축물은 민요나 민담과 달리 물리적으로 장기간 존재함으로써 오랜 민속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 민속학 내에서 주생활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던 경향이 있었고, 홍형옥은 그 원인을 주거 사적, 인류학·사회학적, 지리학적, 주거 계획적 접근의 분절적 연구 방식과 면담 중심의 사례 수집의 한계에서 찾았다. 특히 전통 주거 양식을 거주인 인터뷰를 통해 기술하는 방식은 개별 현상 중심의 설명에 치중되어 보편적 원리 규명에 어려움을 겪었고, 현 거주자와 건립 시기의 시대적 간극으로 인한 정보의 불일치, 반복 검증이 어려운 자료 수집 방식 역시 한계로 지적되었다. 이는 앞으로 주생활 연구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자, 한국 민속학이 지속해서 다뤄야 할 중요한 연구 영역임을 시사한다.
선사시대 주생활: 움집에서 생활양식이 자라나다한국 민속학 속 주생활은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자연환경, 기술 발달, 신앙, 사회구조 등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으며 점차 구조화되고 정교화되었다. 신석기시대의 즐문토기 문화기에는 주로 경사진 지형에 수혈주거가 형성되었으며, 원형 또는 타원형 평면을 갖춘 움집은 바닥에 진흙을 깔고 다져 만드는 방식으로 조성되었다. 이 시기 사람들은 어로와 수렵을 주요 생계 수단으로 삼았고, 주거 내부에는 불(火)을 중심으로 한 취사 공간, 저장 공간, 출입 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공간 내부의 배치에서 남성과 여성의 분리가 암시되기도 한다. 이후 무문토기 문화기로 접어들면서 농경의 정착이 본격화되고, 취락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수혈의 평면 구조는 장방형으로 변화하며, 기둥 구조와 초석이 도입되는 등 건축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진다. 저장시설은 별도로 분리되고, 석기 제작 공간이 주거 내에 포함되는 등 다기능적인 주거 형태가 나타난다. 이러한 선사시대 주생활의 발전은 이후 고대 국가로의 이행 과정에서 주거 형태와 공간 개념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삼국시대 주생활: 자연과 종교가 만든 고대의 집삼국시대에 이르면 불교, 도교, 풍수지리 등 다양한 사상적 배경이 주거의 형식과 공간 구성에 영향을 미치며 주생활은 한층 정교해진다. 고구려는 북방 문화의 영향을 계승하여 온돌과 목조 건축이 중심이 되었고, 고분 벽화에서는 공간의 분할과 장식 요소 등 발달한 실내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고구려의 주거는 실용성과 방어성을 중시한 구조로, 외부 침입을 고려한 높은 담장과 성곽 내 집단 거주 형태도 나타났으며, 왕궁이나 귀족 주택은 기와와 다층 구조를 갖춘 대형 건축으로 구성되었다. 백제는 도교적 공간 개념과 풍수 사상이 반영되어 상징적 공간 구성의 비중이 높아지며, 기와와 목재를 활용한 정형화된 건축 구조가 보편화된다. 백제의 사비도성(부여)과 웅진 도성(공주) 일대 발굴 자료에 따르면, 왕궁과 관청이, 일반 주거지가 기능적으로 구획되어 도시 구조 속에서 주생활이 체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주택에는 정원과 연못이 조성되어 경관 미를 중시하는 특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신라는 초기에는 소박한 초가형 주거가 주류였으나, 통일 이후 불교의 확산과 함께 기와 건축이 발달하고 주생활 속에 신성 공간 개념이 밀접하게 자리 잡게 된다. 특히 신라의 사찰과 주거지는 풍수 사상에 따라 자연 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배치되었으며, 화려한 장식보다는 자연과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삼국유사》에는 불교적 가치관이 일상과 공간 구성에 반영된 예가 다수 기록되어 있으며, 경주 월성과 황룡사지, 안압지 등 유적 발굴을 통해 신라인들의 주거 구조와 정원 문화, 그리고 사찰 중심의 생활 양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삼국 모두 계층 간 주거 형태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왕궁·귀족 주택은 기와와 정교한 목재 구조를 갖추었지만, 일반 백성의 주거는 초가와 흙벽 등 간소한 구조로 지어져 경제적·사회적 위계가 공간에 반영되었다. 이처럼 선사시대의 움집에서 삼국의 와온(瓦溫) 구조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속학 속 주생활은 물질문화와 정신문화가 긴밀히 결합한 생활문화의 핵심으로 작용하며, 각 시대와 지역의 민속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민속자료로 평가된다.
고려와 조선의 주생활: 사상과 질서가 반영된 공간문화
고려와 조선의 주생활은 단순한 거주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각 시대의 사상, 생활양식, 자연관, 사회 구조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공간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특히 주거 공간에 담긴 질서와 기능, 구성 방식은 단순히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가족과 사회 간의 조화를 추구한 한국 전통 사유의 구체적 실천이었다. 음양오행과 풍수지리의 원리에 따라 집터를 잡고, 해와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여 방과 마루, 부엌의 위치를 정했던 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려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었다.
또한 고려의 불교적 공간 구성에서 조선의 유교적 공간 질서로 이어지는 변화 과정은, 한국의 전통 주생활이 얼마나 사회적 요구와 사상적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가족 중심의 질서가 강조되면서 사랑채, 안채, 별당 등으로 구분되는 다채로운 공간 구성은 가족 구성원 간의 역할 분담과 정서적 교류를 촉진하는 기능도 하였다. 이렇듯 한옥은 단순한 건축 구조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내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문화적 실천의 장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전통 가옥과 그 주거 구조는, 더 이상 실용적인 생활 공간이 아니라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우리의 정체성과 역사, 공동체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전통 주생활에 담긴 사상과 질서는 여전히 오늘날의 주거 철학, 공간 활용, 생태적 설계에 있어 귀중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고려와 조선의 주생활은 단지 과거의 방식이 아닌, 한국인의 삶과 정서, 그리고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아낸 지속 가능한 주거문화의 뿌리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재조명되어야 할 민속학적 자산이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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