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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학- 장터에서 피어난 민속 상업과민속 사회의 상술과 보부상 문화한국민속학 2025. 3. 26. 12:40
목차
# 상업민속의 범위
# 시장과 장터의 민속문화
# 상거래의 도구와 관습, 언어의 전승
# 보부상의 유통 문화와 민속적 의미
한국민속학- 장터에서 피어난 민속 상업과민속 사회의 상술과 보부상 문화 상업민속의 범위
한국 민속학에서 상업은 농업, 어업, 임업, 수공업 등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유통 중심의 생업 활동으로, 단순한 물자 교환을 넘어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고, 일정한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작용으로 이해된다. 상업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물자를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성립되며, 그 속에는 생산자와 상인, 상인과 소비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거래 방식과 매개 도구, 조직적 구조, 관습적 행위가 내재하여 있다. 거래 활동의 중심 주체인 상인은 단순한 중개자의 역할을 넘어, 지역의 경제 구조와 물자 흐름을 조정하며, 상업 문화의 지속과 변화를 이끄는 문화적 중개자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상인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기도 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물자를 분산시키는 복합적 경로를 활용하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거래 기술과 습속은 상업 민속으로 구체화한다. 특히 상업은 1차 생산이 아닌 유통을 기반으로 한 2차 생업이기에, 자연환경보다는 인문환경의 변화에 더 민감하며, 도구나 노동보다는 관습과 조직의 지속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상업 민속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전승된 행위 전승, 물질 전승, 구비 전승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다른 생업과는 구별되는 상업 고유의 민속 문화를 형성한다. 예컨대 조선시대의 시전상인은 특정 지역에서 특권을 가진 상업집단으로, 중앙과 지방을 잇는 유통의 허브 역할을 하였으며, 그들만의 관행과 거래 방식은 도시민 속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한편 객주나 여각은 물자의 집산과 유통, 숙식과 접객을 함께 담당한 상업 기반 시설로, 교통과 물류의 중심이자 정보와 문화의 중간지점으로 기능하였다. 무엇보다 보부상은 상업 민속의 핵심적인 주체로,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물자를 거래하고 시장과 시장을 연결하는 이동식 유통 구조의 중심에 있었다. 그들은 물자를 나르는 상인일 뿐 아니라, 정보 전달자이자 지역 문화를 잇는 민속 전파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오일장(五日場)과 같은 정기시장은 상업 활동의 집결지로서 단순한 물자 거래만 아니라, 민중의 사회적 교류, 구비전승의 현장, 지역 공동체의 일상적 재현이 이루어지는 민속의 장 場이었다. 장날은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닌, 민중 문화의 교차 지점으로 기능하였으며, 상인은 그 안에서 일정한 질서를 창출하고 민속적인 감각을 공유하는 매개자였다. 이러한 상업 민속은 농업, 어업, 수공업 등 생산 기반의 생업과는 다른 문화적 결을 가지며, 유통과 소비를 중심으로 한 민속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다. 상인의 행위와 조직은 지역마다 다른 관습적 구조를 형성하며, 시장의 운영 방식이나 교역 기술, 거래 언어, 가격 협상 관습, 물자 분배 방식 등은 상업 민속의 다층적 구성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현대에 이르러 상업은 대형화되고 디지털화되었지만, 여전히 지역 재래시장, 전통 장터, 특산물 유통망 등에서 상업 민속의 흔적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보부상 유적지나 객주 문화는 지역 민속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상업 민속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인간의 욕구와 교류, 조직과 거래, 공간과 의미를 담아낸 복합 문화로서, 민속학적 분석을 통해 비생산 영역의 생업 문화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핵심 사례가 된다.
한국민속학- 장터에서 피어난 민속 상업과민속 사회의 상술과 보부상 문화 시장과 장터의 민속문화
한국 민속학에서 ‘시장’ 또는 ‘장터’는 단순한 물건 거래의 공간을 넘어, 민중의 삶과 문화가 총체적으로 집약되는 민속적 공간으로 이해된다. 전통 민속사회에서 시장은 시간과 공간이 일치하는 장소, 곧 정해진 날에 정해진 장소에서 사람들이 모여 물자를 거래하고 정보를 나누며 정서를 공유하는 사회문화적 거점이었다. 우리말로 ‘저자’라고도 불리는 장터는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경제 행위의 장을 넘어,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물자가 만나는 유통의 현장이자 민중문화가 실시간으로 흐르고 전파되는 중심지로 기능하였다. 장터에는 지역의 특산물과 생필품이 거래되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유행과 여론, 새로운 기술이나 소문까지도 빠르게 퍼져 나갔으며, 이는 구비전승과 정보 교류의 핵심 통로 역할을 했다. 특히 시장은 사돈과 이웃을 만나는 사교의 공간, 놀이패와 광대들이 공연을 벌이는 오락의 공간, 민중이 모여 항거하고 목소리를 내는 집회의 공간으로도 활용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공간은 곧 힘과 감정이 응축되는 장소가 되었고, 이는 민속적 의미에서 시장이 단순한 경제 구조를 넘어서는 문화 집결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난장이라 불리는 부정기 시장은 더욱 자연스럽고 자생적인 축제의 장으로 여겨졌으며, 지역 공동체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표출하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시장은 단순히 재화가 오가는 현장이 아닌, 민중의 삶과 공동체의 역사, 민속의 전통이 실시간으로 재생산되는 **민속의 보고(寶庫)**이자 생동하는 문화의 고향이었다. 물질 전승의 측면에서도 시장은 다양한 특징을 보여준다. 거래되는 물자는 지역별 자원, 계절적 흐름, 축제나 행사 일정 등에 따라 달라졌고, 이에 따라 상술의 양태 역시 변화하였다. 장꾼들은 고객의 성향과 분위기를 빠르게 읽어내며, 물건의 배치나 설명 방식, 가격 조절, 말투 등을 조절하여 구매 욕구를 자극했고, 이는 단순한 판매 기술이 아닌 전통적인 설득의 기술, 나아가 언술 민속의 실천 현장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상인의 조직 구조 또한 시장의 특성과 맞물려 다양하게 형성되었다. 같은 품목을 파는 상인끼리 조합을 이루거나, 특정 상인이 특정 지역의 특정 품목을 전문으로 다루는 방식이 관행화되면서, 물자의 품질 평가 기준이나 거래 관행 또한 조직 내부의 전승을 통해 고유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습은 단지 경제적 효율을 위한 규칙이 아니라, 민속적 질서와 문화적 합의로 자리 잡았다. 전통시장은 그 자체로 민중의 감각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으며, 오늘날 재래시장이나 오일장 등의 형태로도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 있다. 현대적인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서도, 시장은 여전히 지역 공동체의 상징이자 민속학적으로 중요한 관찰 대상이며,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생생한 장 場으로 기능하고 있다.
상거래의 도구와 관습, 언어의 전승한국 민속학에서 상업은 단순한 매매 행위를 넘어서, 도구의 사용과 거래 관행, 언어와 몸짓을 통한 소통 방식까지도 문화적 전승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시장에서의 상거래는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적 기능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문화와 정보를 교류하고, 언어와 신념, 웃음과 기술이 함께 오가는 입체적 생활 공간이었다. 이 속에서 전통 상업 민속은 다양한 도구와 행위, 언술과 규범을 축적하고 전승해 왔다. 상거래의 도구로는 저울, 되, 자, 바구니, 짚 포장지, 부댓자루, 통 꾼 바구니 등 실용성과 이동성이 강조된 기구들이 사용되었으며, 이들은 지역별로 재료와 제작 방식, 단위의 정확도에 차이를 보이며 민속공예의 일부로도 기능하였다. 물자의 포장 방식, 들고 다니는 방식, 셈하는 법 등은 상인들이 축적해 온 생활 기술의 집합체였으며, 마을별·장터별로 고유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거래되는 물품은 의류, 식료품, 생활 잡화부터 지역 특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으며,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점이나 장소, 장터의 규모에 따라 가격 책정 방식과 교환 방식 또한 달라졌다. 교환 거래, 물물교환, 외상 거래 등 다양한 거래 형태는 민중의 생활 조건과 공동체적 유대 속에서 발전하였고, 이러한 거래 관습은 세대 간 전승되는 경제적 문화 양식으로 기능하였다. 무엇보다 상술은 단순한 판매 전략이 아니라, 말재주와 표정, 유머와 풍문을 활용한 언어 예술의 일환이었다. 약장수의 과장된 화술, 점쟁이의 속 신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장사치의 지역 사투리, 장꾼들의 은어 등은 민속 언어의 생생한 전승 예로, 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소리, 이야기가 살아 있는 전통 유통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약을 파는 약장수는 때론 굿판처럼 호객하며, 건강과 효험, 조상의 덕까지 연결하는 설화를 엮어 파는 말솜씨를 발휘했으며, 이는 일종의 구술 퍼포먼스이자 설화적 상술의 실천이었다. 장터에서 울려 퍼지던 민요, 각설이타령, 장타령 등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민중의 감성과 집단 기억을 담은 구술 민속의 실연 장면이었으며, 듣는 이들의 참여와 반응을 통해 즉흥적으로 변화하고 확장되었다. “밥 빌어먹기는 장타령이 제일이라”는 속담은 시장에서의 언술이 얼마나 중요한 생존 수단이자 민속 기술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시장 어귀에서는 옛 이야기꾼들이 설화와 전설, 가족사나 지역 전쟁 담을 들려주는 구술 전승의 현장이었고, 점술, 작명, 궁합 보기 등의 행위도 함께 이루어지며 시장은 신앙과 민속, 상업과 오락이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하였다. 이 모든 요소는 상업이 단지 상품의 유통만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언어와 믿음의 유통 과정임을 잘 보여준다. 현대에 이르러 전통시장의 규모는 축소되고 상거래 방식도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재래시장과 지역 장터 곳곳에서는 이런 민속적 상술과 언어유희, 도구의 전통과 설화의 흐름이 남아 있으며, 이는 한국 민속학이 주목해야 할 살아 있는 전통문화로 간주한다.
보부상의 유통 문화와 민속적 의미
한국 민속학에서 보부상은 단순한 이동 상인을 넘어서, 물자와 정보, 문화와 정서를 동시에 유통한 복합적 존재로서 그 민속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상업 활동이 본격화되기 이전의 자급자족형 농경·수렵 사회에서는 상인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생산물의 여유가 생기고 도시와 시장이 발달하면서 상인은 점차 전문적인 유통 계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가운데 **보부상(褓負商)**은 조선 후기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오일장을 중심으로 활동한 대표적인 이동 상인 조직이었다. '보(褓)'는 보따리를 메고 다니며 행상하던 이들을, '부(負)'는 좌판을 펼쳐놓고 장터에서 물건을 팔던 상인을 의미하며, 이들이 결성한 보부상단은 체계적이고 엄격한 위계 구조와 조직 체계를 갖춘 상업 길드 형 공동체였다. 보부상은 단순히 물건을 옮기고 파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들은 장터에서 장타령을 부르며 민중의 흥을 돋우고, 설화, 민요, 속담 등을 전달함으로써 문화 매개자이자 구술 전승자의 역할을 하였다. 장터마다 다른 상거래 관행이나 지역 신앙을 융통성 있게 이해하고 적용하며, 시장의 규칙과 질서를 유지하는 비공식적인 조정자이기도 했다. 때로는 장터 축제나 별신제를 주관하며 신앙과 공동체 의례에도 깊이 관여했고, 물자만 아니라 이야기와 소문, 희망과 걱정도 함께 나르던 존재로서 민중 정서의 유통자이기도 했다. 보부상은 실제로 오일장의 순회 일정, 거래 물품, 가격 협상 방식 등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계승했으며, 내부적으로는 숙련도, 거래 실적, 연공서열 등을 기준으로 한 위계적인 교육과 규율 체계를 유지하였다. 또한 보부상 조직 내부에는 스승과 제자 관계가 존재했으며, 물건 다루는 법, 고객 상대하는 말재주, 물품 설명하는 방식 등도 세대 간 전승되는 민속 기술로서 체계화되었다. 장터에서 이들이 부르던 장타령이나 각설이타령, 민요는 단순한 흥이 아닌 민중의 감정을 건드리고 참여를 유도하는 말 예술이었으며, 이는 자연스레 물건 구매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보부상은 민속경제, 민속 언어, 민속신앙이 교차하는 경계선 위에서 민중과 공동체를 잇는 이동하는 민속문화의 전달자였다. 오늘날에도 보부상의 흔적은 다양한 지역 축제에서 재현되고 있다. 보부상놀이, 줄다리기, 각설이 풍자극 등은 그들이 남긴 문화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태이며, 이러한 재현은 단순한 전통 놀이가 아닌 유통 문화의 원형에 대한 회고로서 민속학적 가치가 높다. 또한 보부상의 활동은 도시와 농촌, 동해안과 서해안, 산간과 평야를 이어주는 한국적 유통 네트워크의 원형을 이루었으며, 이는 단순한 경제 기능을 넘어서 지역 간 문화 확산, 민속 지식 교환, 상호 소통 구조의 기반이 되었다. 보부상은 오늘날의 택배나 유통업 종사자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였으며, 그 안에는 노동, 예술, 언어, 협동, 공동체 신앙이 함께 엮인 복합 민속이 살아 있었다. 그 유산은 단지 박제된 전통이 아니라, 한국인의 생동하는 삶 속에서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살아 있는 민속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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